회고

2024년 회고

쓱쓱565 2025. 1. 15. 21:20

중력은 지구에서 두 번째로 강한 힘이다. 중력은 죽은 물체를 움직이고, 호기심은 산 물체를 움직인다.
- 꿈꾸는 책들의 도시, 발터 뫼르스

 

 

  삶은 여전히 즐겁고 재미있었다. 쉽지 않은 일들에 도전해 성과를 냈다. 사소하고 작은 행복들도 찾았다.

1. 운동

1) 파워리프팅

  • 목표: 1) 다양한 실전 경험 확보 2) 지속적인 성장

 두 번의 풀 리프팅 대회, 한 번의 데드리프트 대회에 참여했다. 대회 환경 자체에 익숙해졌다.

 

 생각만큼 많은 증량을 이루지는 못했다. e1RM은 올랐다. 그러나 실제 대회에선 신경계 피로도 관리에 실패, 제대로 된 퍼포먼스를 보이지는 못했다.

 

 대회 이후로는 셀프 코칭을 시작했다. 스스로 운동하고 자세를 개선하는 법을 익히기 위해서였다. 원포인트 레슨을 들으며 최대한 많은 코치들을 경험해보고 싶은 욕구도 있었다. Evolve.ai를 활용해 프로그램을 짰다. 볼륨도 많이 쌓고 기능성 운동들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어느 정도 감을 잡은 후 다시 좋은 코치를 찾아보고 싶다.

2) 클라이밍

  여전히 즐겁게 하고 있다. 리프팅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게 아쉽다. 파워리프팅을 잘할 수 있는 체성분과 클라이밍을 잘할 수 있는 체성분은 상극이라 고민이 많았다. 체력 소모와 신경계 피로도 소모가 큰 점도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클라이밍은 재미있으니 포기하기 힘들다. 더 잘하고 싶다. 천천히 실력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3) 파쿠르

  드디어 체험 강의를 들어보았다. 아주 재미있었다. 내 신체 조건상의 강점들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포츠다. 하는 일이 안정화되면 정규 강습을 들어볼 생각이다.

4) 스쿠버다이빙

4월 이후로 3번 정도 다이빙 여행을 기획했으나, 이런 저런 일이 겹쳐 한 번도 가지 못했다. 물고기가 보고 싶다.

2. 컨텐츠

1) 파이어 펀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올해 가장 와닿았던 작품. '세상에 패배하고 싶지 않았다'는 주인공의 외침이 좋았다. 부조리한 세상의 법칙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아름답게 그려냈다. 유일한 단점이라면 이런 인본주의적인 가치관들을 B급 감성 아래 고의로 숨겨뒀다는 점. 내 취향엔 정말 잘 맞았지만, 남들에게 추천하기가 까다롭다. 

 

  EBook으로 여러 번 읽은 후 물리 서적으로 다시 구입했다. 누군가에게 빌려줄 일이 있다면 좋겠다. 자세한 감상은 추후에 독립적인 글로 다시 쓸 예정. 

2) 청춘 펑크

  작년에 이어 펑크 음악을 자주 들었다. 곡 전개가 직관적이고 단순해서 좋다. 일할 때 창의성을 많이 사용해서인지 듣기 편한 음악들이 더 끌린다. 긴난보이즈, 이스턴 유스, 극동아시아타이거즈, 초록불꽃소년단을 주로 재생했다. 

(중략) 지구 반대편 한국에서는 펑크 밴드 한다는 사람치고 세대 불문 에반게리온 안 본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 초차원급 컴팩트 디스크 소개문구 중 

 

  나는 메탈 음악을 아주 좋아한다. 메탈 음악은 다른 장르의 대중음악에 비해 가사나 주제의식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익스트림 메탈에서는 가사를 알아듣는 것 자체가 극히 힘들기도 하고. 

 

  그래서 한국 펑크 음악들을 듣는 게 즐거웠다. 그저 재생만 해두면 직관적으로 멜로디와 가사, 주제들이 쏙쏙 박히는 기분이 새로웠기 때문이리라 생각한다. 유사한 일본 밴드들의 음악과도 주제의식이나 감성 면에서 묘하게 맛 차이가 있어 좋았다. 덕분에 일본어 학원에 등록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고 있다. 조금만 참아보는 것으로. 

 

3) 프랑켄슈타인

  뮤지컬 버전을 각각 21년과 24년에 봤다. 원전이 도대체 어떤 내용이었기에 빅터가 불꽃 트롤링을 할 때마다 '알고 보니 착한 빅터' 같은 넘버들이 함께하는지가 정말이지 알고 싶었다. 원작 소설과 이토준지의 만화판을 읽었다. 

 

  원작은 아름다웠다. 괴물의 내면과 그 안의 근원적 고통을 섬세한 필치로 묘사하는 부분이 특히 그랬다. 살면서 어떤 방식으로라도 이방인이 되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토 준지의 만화판도 재미있었다. 원작의 플롯은 거의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공포만화'적인 방식으로 만화를 전개한다.  

 

  빅터의 행동과 그 당위성에 대해서는... 조금만 더 생각해 보기!

 

4) 맥베스

  특유의 운명론적인 대사들을 정말 좋아한다. 운이 좋게도 한 해에 희곡, 연극, 뮤지컬을 모두 볼 수 있었다.

 

  연극은 정말 흥미로웠지만 재미있지는 않았다. 원작이 400년이 넘은 만큼,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로 현대화시켰을지가 궁금했다. 원전의 대사를 거의 그대로 활용하여 아주 그윽하고 묵직했다. 현대극에 너무나 익숙한 나에게는 적응이 쉽지 않은 속도였다. 

 

  황정민 배우의 맥베스 캐릭터 해석이 좋았다. 나는 맥베스를 '광기에 사로잡힌 맹장'의 이미지로 떠올리곤 했다. 극에서의 맥베스는 유약했다. 순간의 욕심으로 과오를 저지른 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스스로를 파괴한다. 술 한 방울 마시는 장면 없이 불면증에 시달리고, 술에 의존하는 모습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5) 해밀턴

  자신감에 넘치는 모습을 지나치게 자주 보이면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다. 

 

6) 둠 이터널

  왜 우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방사능 폐기물을 적절히 처리하지 않는거지?

 

3. 개발

1) TF 

 TF 업무가 엎어졌다. 24년 내내 정말 열심히 했던 업무라 상실감이 컸다. 사내에서는 해본 사람도 없고, 레퍼런스도 찾기 힘든 업무여서 고생을 많이 했다. 같은 TF 소속 사람들조차 나와는 하는 일의 성격이 많이 달라서 별다른 지원도 받지 못했다.  TF 작업을 하며 배웠던 것들을 메모할 겸 블로깅을 시작했다.

 

  덕분에 개발자로서 잘 성장할 수 있었다. 쿠버네티스 스택을 EKS, on-premise 두 가지에서 운영해 볼 수 있었다. 모니터링 스택을 구축하고 운영팀에게 이를 전파했다.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고 원고를 쓰며 머리를 부여잡던 그 시간들에도 의미가 있었다 믿는다. 출근 길 지하철에서 읽었던 기술 서적들과, 자기 전 억지로 머리에 힘 주고 봤던 인터넷 강의들에도.

2) TF - 그 후 

  다행스럽게도 내가 맡은 업무는 25년 신사업에서도 잘 활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도전적인 일들을 잔뜩 받아왔다. 좋은 기회다. 해보자. 

4. 방향성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 수 있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것들을 포기할 수 있는지, 어떤 것들은 포기하지 않을지 등. 특히나 연말엔 다리 부상과 식중독을 동시에 겪느라 제법 힘들었다. 주위의 좋은 사람들 덕분에 유쾌하게 극복해낼 수 있었다. 항상 감사한다. 

 

  올해, 시작부터 제법 느낌이 좋다. 행운이 있길.